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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퀴어 디아스포라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건 LB시티에 영감을 받아 우리가 너희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야. 옛날에 LB시티 (2000년~2003년) 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었어.  거기에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뜻을 모아 각자의 이야기와 목소리로 서로 사랑과 응원을 주고 받았지. LB시티에서 사랑을 계승한다 함은 혈연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어. 오히려 피를 나누지 않은 사람과 함께 공동체를 일궈 나가고, 그 공동체를 사랑으로 가꿔나가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었지.

  우리 ‘하이퍼링크 프레스’는 한국계 디아스포라 예술가 모임이야. 우리는 LB시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너희와 이어나가고 싶어. 또 LB시티를 포함한 2000년대 초반에 존재했던 LGBTQ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랑 이야기를 기록하고, 구상하고, 또 배포하면서 소속감이라는 것에 대해 너희와 더 대화하고 싶어.

  LB시티의 시초는 가상의 ‘레즈비언’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어. 이해솔을 비롯한 25명의 레즈비언 기획자들이 설립한 온라인 레즈비언 포럼이었지. LB시티 커뮤니티 회원들이 사용한 레즈비언(lesbian)이라는 용어는 가부장제와 이성애 규범성에 대한 저항이었어. LB시티 설립자인 이해솔씨는 일하는 퀴어여성들에게 가족 같은 지지를 이어간 연합체인 70~80년대 여성택시운전자조합(여운회)에서 영감을 얻었고. 사실 한국에서 가시화 되지 못했을 뿐 이쪽, 이반, 바지씨, 치마씨 등 여성 퀴어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LB 시티와 “레즈비언”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존재해 왔었어. 그러나 LB시티 회원들은 퀴어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몸소 체험한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에 기반해 자신만의 용어를 재정립하고자 했던 거지.

 

  LB 시티의 ‘시민권’에 대한 정의도 수용적이고 포괄적이었어. 이는 “레즈비언”이라는 사전적 정의와 멀더라도 퀴어 및 트렌스젠더 여성, 그리고 그 외 이분법적 젠더에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젠더 논컨포밍을 중심에 둔 대화의 장을 넓히고자 한 설립자들의 취지였을 거야. LB시티의 핵심은 퀴어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를 우선시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또 다른 종류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집단적 실천이었어. 우리 하이퍼링크프레스의 임무는 이러한 정신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가상도시 계획 프로젝트가 중요한 영감이 되었어.

 

  하이퍼링크프레스는 아래아한글, 소리바다, 프리첼, 다음카페, 알집,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그 나름 자체적인 발상과 성장을 밟아온 2000년대 초 한국의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에서 심미적 영감을 받았어. 2000년대,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초기 인터넷의 형태와 경험과 처음 조우하게 돼. 인터넷은 대화의 존재, 생성, 그리고 전파 양상에 있어 이례적인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왔어. 또한 국가와 정부에서 강요하는 가부장적, 시스-이성애중심적, 그리고 제국주의적 서사를 넘어 소외 공동체 집단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지. 이는 주권 밖에서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소수 집단에게는 통상적인 공동체 설립 형태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분권적인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으로 다가왔어. 어느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을 독특하게 꿈꾸기 시작한 이 시기에 우리는 떨리고 끌려.

 

  디아스포라/이민자로서 우리는 어린시절 인터넷을 통해 한국 문화를 흡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지리적 경계선이 없는 유동적인 공간으로서 인터넷은 ‘한국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가의 규정적 정의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었지.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그런 디아스포라를 통해 영어로 수출되고 소비될 때, 그 정보의 사용과 서양 대중으로의 전달 사이에서 오는 단절이 있어. 한국 문화가 낭만화된 영어 번역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한반도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디아스포라 한국인 사이에서의 진솔한 대화는 복합적인 세대 차이까지 가담되어 쉽게 간과돼. 그만한 용기와 사랑에서 오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없어. 이 신뢰는 우리 사이 공동체를 구축하고 협동하며 세상을 일구어 나갈 수 있게 해 준다고 우리는 믿어.

  우리는 종종 진솔한 대화를 두려워하곤 해. 왜냐면 그건 오직 나 자신을 독립적인 행위자로 명명하는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 주거든. 진정한 대화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이라는 용기있는 행동을 중심에 두고 있어. 사랑은 타인에 대한 헌신이며, 다른 자유의 행동을 낳는 용기의 행동이야. 그럼에도, 우리는 조상의 유산과 역사를 낭만화하고 일부 서양 중심적인 대중의 이익을 위해 현대 미술의 컨베이어 벨트에 곧잘 뛰어들어 버려. 어떠한 차이도 모르는 그들을 위해서 말이지. 누구를 위해 예술을 만드는지 우리는 묻고 싶어. 어쩌면 우리는 곁에 있는 가족에 대한 (혈연이든 비혈연이든), 가족을 위한 예술을 만들고 서로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우리가 진정으로 피하고 싶은 것은 큐레이터와 수집가들이 우리의 “이국적” 이야기들을 구매하고, 우리의 작품들이 예술 시장의 후기 자본주의적 구조에 가담하는 부유한 기득권 의 탈세 목적으로 남용되는 거야.

  사실 우리 또한 그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 우리 또한 멸종된 한국 호랑이에 관한 만들기도 하고, 한 (恨)에 대한 조사도 해 보고, 무당 행위를 멋대로 따라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었어. 계속 하자면 끝도 없는 목록이지. 하지만 돌이켜보면, 만약 우리가 그러한 향수에 관한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면, 진솔한 대화를 위한 우리의 여정도 시작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부족함’보다는 특정 문맥에서의 소속과 존재에 초점을 둔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테지. 우리는 또렷이 향수를 느끼고 그에 대한 예술을 만들고 있어. 하지만 동시에 역동적인 우리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 또한 인지해.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향수를 넘어, 과거가 낳은 현재의 특수성을 이해하며 유산을 이어 만들어 나가야 하겠지. 과거의 학습을 통해 의식적인 변화와 미래의 비전을 형성하기 위해서 말야.

  서로 기대고, 지지하고, 보살피는 네트워크처럼, 우리는 교차성, 퀴어성, 다국적 커뮤니티, 디지털 기술, 인터넷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대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우리는 현재 현대 예술에서의 지위나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잘 드러나지 않은 예술가, 역사, 이야기, 그리고 경험을 연대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해.

  LB 시티에서 너희에게, 이 사랑의 편지가 나라의 경계선을 넘어 다양한 세대 사이 대화의 형태를 계승하고 전해주는 하나의 길이 되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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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 낼 용기를 찾길 바라며,
황태희, 민수 티그펜, 이정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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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하이퍼링크 프레스는 2018년 황태희, 이정윤, 민수 티그펜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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